상황에 따라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 고민이 의미 없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내 인간 관계에 소소하나마 영향을 끼칠 경우에 그렇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혹은 한 말이, 혹은 할 말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 것인가. 불필요한 이미지 반사- 로 느껴질 때도 적지 않지만. 한 순간 한 순간 내가 내 뱉은 말이 나이고 보면, 쉽게 생각 해선 안 될 이야기.
나는 분명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말, 꼭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보통은 상황이 말을 만들지만, 이 경우는 말이 먼저 만들어지고 상황을 찾는 경우. 나 같이 여자 앞에선 급 소심해지는 꼬맹이들이 겪는 전지구적 딜레마. 내가 자주 쓰는 표현처럼, '오롯이 긍정' 하는 말로 이리저리 수식어를 다듬어 보아도. 결국은 작디 작은 내 용기 문제 아닌가. 상황 탓 할 필요가 없단 거지.
상황은 늘 있다. 고민하기에 따라 반드시 둘이어야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고, 혹은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 '하고 싶은 말' 이란 게 절실하지 않아서일까. 상황을 단지 '기다리는' 이 하찮토록 수동적인 나날들. 다만 시간이 갈 수록 분명해지는 것, 절실해지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외롭다는 거지. 앞뒤좌우 모두 동강 나버린 채 너와 함께 웃고 있는 장면을 바라는. 헛된 몽상 하나.
때와 장소와 상황이 적절히 편리하고, 적절히 용이하게 나를 위해 찾아와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 운명이라고 믿는 이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는 이나 모두 마찬가지. 다들 쉽게 쉽게 하고 있는 사랑이란 거, 자세히 들어 보면 지나치고 기막힌 우연과 용기가 만들어 낸 하나의 예술 작품인 거지. 아, 물론, 내가 싫어하는 깃털처럼 가벼운 사랑들 빼고.
지나친 설명과 논리 전개가 반토막 난 막장 드라마처럼. 내가 좋아하는 해피 엔딩만 주구장창 그리다 보면 나는 화가가 될 거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화가. 상상 속 풍경화 전문의. 심장이 움찔할 만큼의 연애 소설 같은 사랑을 꿈꾼다면, 머리보다는 심장이 먼저다. 스틸컷으로만 그린 콘티가 아닌 풀프레임의 완성도 높은 영화를 꿈꾼다면, 고민보다는 행동이 먼저다. 나는 머리가 너무 커. 머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닌데. 나는 행동이 굼 떠. 달리기 못 하는 거랑 직접적으로 상관 있는 건 아닌데.
써놓고 보니, 참, 웃기고 자빠졌다.
다 필요 없고, 6시간 후면 너 본다.
그걸로 됐다.
일단은.

